날이 좋던 어느 주말, 여자친구의 세미나 참석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떠나게 된 마곡으로의 출사..
여자친구가 세미나를 듣는 동안 나는 하루종일 마곡의 사진 찍기 좋은 곳들을 돌아다녔다.
식물원만 갈 예정이었지만 가고싶은곳이 많아 다른 길로 새면서 2만 보 가까이 걷게 되었다.
시작은 메이필드 호텔이었다.
처음 가본 곳인데 너무 예쁘게 잘 꾸며져 있어서 놀랬다. 버려진 것 같이 보이는 'MAYFIELD KIDS GOLF'간판과 축구장의 골대가 인상 깊었다. 호텔 본관으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소나무들은 너무 멋있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식물원'으로 향했다.
서울에 출사지를 꼽으라면 항상 서울식물원이 들어가 있었다. 한 번쯤 가봐야지 다짐만 하다가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가보게 되었다.
서울식물원입구에는 모자관계로 보이는 곰 두 마리가 반기고 있었다. 애기가 몸무게가 더 나가는 게 신기했다. ㅋㅋ
햇빛이 강해서 제대로 찍힌 건지 감이 제대로 안 잡혔었는데 다행히 예쁜 구도로 잘 나온 것 같다.
내가 검색했던 많은 블로그는 서울식물원이 입장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입장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말 그대로 식물들과 나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더군다나 실내여서 끌리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자연이었다.
산책길 사이사이로 포토스팟들이 눈에 띄었다. 여자친구랑 온다면 참 좋았을뻔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사람도 많이 없었다. 조깅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무들과 벤치가 마음에 들어서 구도를 잡고 있던 와중에 지나가던 할아버지와 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여름에 왔다면 활짝 피어난 연꽃으로 더욱 아름다운 장면이 나왔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더웠겠지..??
서울에서 제일 부러운 직장 위치가 석촌호수와 서울식물원 근처이다. 점심 먹고 산책할 수 있을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식물원 옆으로 들어서 있는 건물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이질적이면서 아름답게 보였다.
식물원을 가로질러 습지원으로 가는 길에 중간 굴다리에서 잠시 쉬었다. 집 주변에 산책로가 있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러닝이 대세라더니 많은 사람들이 러닝을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러닝이 제일 비싼 운동이다, 뛸 공간이 있는 곳 주변에 살아야 하는데 그러면 집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는 글을 봤다. 서울식물원에서 걷다 보니 격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습지원에 들어서자마자 한가운데 앉아 있는 새를 한 마리 보았다. 너무 멀어서 최대줌을 당겨도 작게 나왔다. 철마다 새들이 편하게 쉬도록 자연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함으로 보였다. 산책로와 새들이 쉬어가는 습지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조류관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망원렌즈를 들고 방문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일반인들도 멀리 있는 새들과 자연의 모습을 보기 편하도록 중간에 망원경을 설치해 뒀다. 좋은 시간 때가 아닌지 나는 여러 마리의 새들을 볼 수는 없었다.
습지원에서 한 바퀴 돌아서 나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한강 자전거 길로 이어지는 전망대로 가버렸다. 이 날은 모든 게 우연이었다. 탁 트인 한강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다시 뒤로 돌아 나와 습지생태공원을 보고 식물원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을 서울교통공사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통행금지 시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도로 쪽으로 나와서 잠시 쉬었다.
길을 어떻게 가야 하나 보던 중 근처에 양천항교가 보였다. 최근 '알쓸신잡'시리즈를 시즌1부터 챙겨보며 역사에 관심이 깊었던 찰나였다. 유적지들이 근처에 있다니 한번 둘러볼 겸 양천항교로 출발했다.
지도를 확대해 보니 '고성지'와 '소악루'가 조금만 가면 있었다. 편의점에서 1+2를 만난 느낌이었다. 지체하지 않고 고성지로 몸을 틀었다.
지도만 보고 무작정 간 거라 의도치 않게 산행을 했다. 그래도 궁산 전망대에서 쉬었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멋들어진 소나무들과 그 아래의 벤치들에 앉아 바람을 느꼈다. 터가 좋은지 벌도 한자리에서 날아가지 않고 정지비행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로 담긴 게 신기했다.
돌고 돌아 마침내 '소악루'에 다다랐다. 진경산수화를 그리신 '겸재 정선'화가가 소악루에서 그린 산수화가 참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그림은 잘 몰라서 머리로 이해만 하고 넘어갔다. 글로 읽어봤을 때 남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소악루에서 바라보면 참 이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악루에서 바라본 경치도 참 좋았다.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념물인 양천항교를 가봤다. 옛날의 학교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금도 명륜당에서는 학생들의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 듯했다. 조선시대에는 공자의 제사도 지냈다고 한다.
학교가 생기면서 많은 곳들이 사라지고 현재는 몇 군데밖에 없다고 한다.
식물원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던 중 '겸재정선 미술관'을 보게 되었다. 소악루에서의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술관 후문에 '궁산 땅굴'이라는 입구가 보였다. 누가 봐도 역사에 관련된 것같이 보여서 들어가 봤다. 설명을 들어보니 일본이 물자를 나르기 위해 김포공항까지 뚫던 땅굴이었다고 한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며 일본군들이 모두 철수를 하며 파던 땅굴은 그대로 버려졌다. 지금은 위햄해서 통행 금지되었지만, 동네 어르신들은 안에서 뛰어놀았다고 한다.
겸재정선 미술관은 진경산수화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다. 소악루에서 글로만 봤던 그림을 실제로 보니 감동이 배로 밀려왔다. 자연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모습이 인상 깊었다.
느낌 가는 대로 걷다 보니 강서역사문화거리라는 곳이었다. 나는 거꾸로 역행했지만 의도치 않게 역사탐방을 잘 마쳤다.
보기만 해도 슬픈 소녀상과 힘든 삶을 살아가시다가 돌아가시기 전 모든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부하신 황금자 할머니 동상을 만날 수 있었다. 가슴이 찡했다.
서울식물원으로 돌아오면서 예기치 않았던 우연을 여러 번 만났던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종일 2만 보 남짓 걸어서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역사를 알고, 좋은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서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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